1936년 5월 『조광』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농촌소설’이라는 표제로 발표되었으며, 농촌의 순박한 처녀 총각이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두 인물 사이에서 소작인의 아들과 마름의 딸이라는 계층 관계가 분명히 드러나긴 하지만 그것의 대립이나 갈등이 심각하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분이나 계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싹트는 이성에 대한 그리움을, 동백꽃이 활짝 핀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여주고자 하는 데 작가의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열 일곱 살인 나는 동갑내기 처녀 점순이한테 계속 괴롭힘을 당한다. 얼마 전 몰래 감자를 주는 걸 받지 않은 이후로 점순이는 고의적으로 닭싸움을 시켜서 나를 자꾸만 약올린다. 나는 잘 싸우라고 우리집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여보지만 사나운 점순네 닭을 이기지 못한다. 하루는 나무를 해가지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점순이가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있다. 또 닭싸움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단매에 점순네 닭을 때려죽인다.
그리고는 앞일이 걱정되어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자 점순이는 닭이 죽은 건 염려 말라며 나를 안고 슬쩍 동백꽃 속으로 쓰러진다. 알싸한 꽃내음에 나는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러나 마을에서 들려오는 점순이 어머니의 역정 소리에 놀라 두 사람은 이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버린다. 이 소설이 유발하는 웃음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화자인 나의 어리숙한 모습 때문이다. 점순이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왜 그렇게 닭싸움을 시키며 약을 올리는지, 자신을 괴롭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나는 전혀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전혀 엉뚱한 반응만 보인다. 이처럼 점순이의 계획된 행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의 순박함과 무지함이 이 소설의 독특한 재미를 이룬다. 독자가 다 아는 사실을 화자만 모르도록 시침 뚝 떼고 사건을 진행시키는 김유정의 창작방법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