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원정대

조공원정대

  • 자 :배상민
  • 출판사 :자음과모음
  • 출판년 :2013-10-2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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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가 배상민 첫 소설집

깨알 같은 유머와 능청스러운 입담 속 진한 페이소스

잘난 것 없는 청춘들의 속절없이 웃기고 대책 없이 울리는 이야기




2009년 「조공원정대」 외 2편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중단편 부문)을 수상한 배상민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표제작을 비롯한 8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신인문학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전달력이 뚜렷한 문체에 담아 잘 읽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폭넓은 소재 탐색 등 작가로서 출발하는 데 여러 장기를 갖고 있다”며 이 작가에게 신뢰를 보냈다. 이후 그는 아프리카 콩고를 배경으로 현생 인류와 미래 인류 사이에 끼어든 불순한 진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 첫 장편소설 ??콩고, 콩고??로 걸출한 입담과 이야기꾼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이는 이번 소설집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생계도 난망한 이 시대 하류 인생들의 생태 보고서

“그까짓 돈 몇 푼에 꿈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 어리석은 짓이야.”

“그까짓 돈 몇 푼 때문에 먹고살고 있잖아요.”




??조공원정대??에 실린 거의 모든 소설은 IMF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광풍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배상민은 이 광풍이 가져온 비인간적인 모습들, 특히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빈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세태를 온몸으로 겪는 청년들의 희로애락을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안녕 할리?의 ‘나’는 S대학, S전자로 이어지는 ‘S라인’을 갖는 것을 최고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사육당하듯이 살아간다. 엄마의 감시보다 더 무서운 IMF가 터지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목숨 걸고 달린 결과 ‘나’는 K대학을 거쳐 L전자에 취직하지만, 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한 어느 날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오토바이 가게를 차렸다가 결국 할리를 타고 퀵서비스 맨이 된다. 그러나 ‘나’는 퀵서비스 맨은 회사원보다 못하다는 세상의 지배적 시선에 굴복해 다시 엄마의 세계로 돌아간다.

?조공원정대?에서 소녀시대를 만나기 위해 상경한 ‘나’와 만석, 칠성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백수들이다. 졸업생들을 받아주던 근처의 공단이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사람을 뽑지 않거나 아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녀시대도 만나지 못하고 여비도 떨어진 셋은 토니, 제리, 티파니라는 이름으로 패밀리 레스토랑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서울에 이끼처럼 얕게 뿌리내린다.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에서 어중간한 대학을 낮은 학점으로 졸업한 ‘나’는 피자 배달 일을 하고 있다. 동네 피자 가게에서 나름 여유 있게 일하던 ‘나’는 세계 굴지의 피자 회사 지점이 들어서면서 피 말리는 배달경쟁에 내몰린다. 세계 굴지의 피자 회사 지점이 ‘무료 쿠폰 제공’ 및 ‘무조건 30분 내에 배달’을 내걸면서 “오직 속도와 쿠폰만이 피자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사장의 지시에 따라 무조건 25분 이내에 배달을 해야 하는데, 민방위 훈련이라는 국가의 태클에 발목이 잡혀 이에 저항하다 경찰 지구대로 끌려간다.

?유글레나?는 청년실업이 이 시대 젊은이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를 돌직구처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수도권의 이름 없는 대학을 나온 ‘나’가 졸업 후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인턴 자리를 전전하는 것뿐이고 인턴으로서 하는 일도 고작 ‘복사’ 정도다. 지금은 그마저도 더는 들어오지 않아 옥탑방에서 야동을 보며 헤어진 여자 친구를 떠올리는 백수다. ‘나’의 여자 친구였던 ‘소라’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회사’에 들어가는 꿈을 안고 면접에 대비해 늘 정장을 입고 다니지만 알 만한 회사의 면접 기회는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후 소라는 웨딩마켓에 뛰어들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 다니는 남자들과 선을 보는데,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취집’에서도 좌절한다.

?헤드기어 맨?의 ‘나’의 생존기도 처절하다. 권투 선수였던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헤드기어를 쓰면 초능력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나’는 생존을 위해 사채 추심을 하다 철거 용역이 된다. 어릴 때 엄마가 철거 현장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기억이 있는데도 그 일을 피하지 않은 건 “지구를 지킨답시고 철거를 그만둔다면 우리 가족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악당의 편에 섰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자신의 동네가 철거되던 날 헤드기어를 쓰고 철거민들의 편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쓰러진다.

「악당의 탄생」의 슈퍼맨은 예전의 정의로운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클락 켄트 회장으로 변신한 슈퍼맨은 어마어마한 초능력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지만 과거의 슈퍼맨이 순수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사람을 구했다면, 현재의 클락 켄트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사람을 구한다. 거부가 된 그는 토크쇼에 나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한다. “살고 싶으세요. 그럼 돈을 내세요.”





우리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그려보고 싶었다



이처럼 배상민의 소설은 잘난 것 없는 젊은이들의 비루한 삶을 통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을 성급하거나 엄숙하게 노출하지 않고 유머와 풍자를 통해 극대화시킨다. 마치 작가의 천성인 양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깨알 같은 유머로 인해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생계도 난망한 이 시대 하류 인생들의 현실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또한 그 유머는 이러한 현실을 낳은 배후에 대한 야유이자 조롱이기도 한데, 「미운 고릴라 새끼」 같은 작품에서는 이것이 문명 비판으로까지 나아간다. 이 작품에 나오는 보노보 원숭이는 때와 장소는 물론 암수도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한다. 그렇기에 자기 유전자 보존과 먹이를 놓고 경쟁하지 않으며, 서로 평화롭게 지낸다. 이것은 어쩌면 고릴라처럼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인간보다 더 진보된 동물성일 것이다.

배상민은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들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살이에 지친 하류들은 누렇게 뜬 얼굴로 오로지 자신의 길만 걸어가고 있었다. 내 눈에는 우리가 무엇엔가 내몰리는 좀비처럼 보였는데,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그려보고 싶었다.”



작가는 우리가 ‘무엇엔가 내몰려 혼자 걸어가는 좀비’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따뜻하게 보여준다. ‘나’는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리는 전직 미군들에게 처음에는 반감을 느꼈지만 그들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은 99% 중에 하나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피자와 콜라를 꺼낸다.



등단 4년, 첫 장편소설에 이어 첫 소설집을 펴낸 이 작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눈여겨보게 된다. 소설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과 성격을 달리하는 마지막 수록작, 배상민 버전의 창세기 「아담의 배꼽」에 나오는 카인의 말을 소설 창작에 대한 작가의 음성으로 바꿔 읽어보면 어떨까?



“나아마와 가정을 이루게 되면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나는 나의 이야기를 시작할 생각이다. 세상을 창조한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신께 질문을 한 죄로 에덴에서 쫓겨난 부모님, 아담과 하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줄 것이다. 그리하여 그 핏줄을 이어받은 나는 선과 악을 주관하는 내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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